2007년 06월 08일
RPG에서의 섹스 묘사에 대한 다른 예제
보통 RPG에서 성애를 플레이 한다 하면 룰으로 섹스 장면의 결과를 규정하거나, 전투 룰을 약간 변경해서 차용하는 식이죠.
조금 다른 케이스로, 일본의 동인계에는 '섹스 장면의 과정'을 연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18금 TRPG가 있습니다. 프리티 트루퍼즈 RPG라고 하죠.
게임 내용은 지구에 숨어든 에어리언에게 2차성징기를 맞지 않은 10대 초반의 소녀가 변신해서 맞서싸운다는 내용인데, 뭐 설정은 그럴싸합니다. 에어리언은 2차성징기를 맞지 않은 청소년에게서 특별한 에너지를 빨아먹는데, 이게 다 빨려버리면 2차성징기를 겪지 않고 어른이 되어버리는 이른바 '웬디 신드롬'이라는 증세를 겪게 됩니다. 자신의 친구들이 에어리언에게 먹혀서 이런 현상을 겪지 않도록 에어리언에 맞서 싸우는 것이 프리티 트루퍼즈인데, 다만 이 싸우는 과정이 무려 일본 뽕빨류 아니메에서나 나올법한 에어리언에게 습격당해 능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섹스 장면을 입에 담는 것은 사실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누가 보면 손가락질 할만한 장면이죠. 시커먼 사내놈들 몇놈이 모여서 그렇고 그런 장면을 입으로 읊어대며 연기한다?
그래서 PTRPG에서는 플레이버 텍스트 카드를 게임의 시스템으로 삼습니다. 일단 상황 판정 카드가 있고 선언과 클래스에 따라 판정 카드로 공격이 이루어지는지 판정한 다음에 공격을 당했으면 섹스 씬의 일러스트와 텍스트를 넣은 카드를 제시해서 상황 묘사를 대신하는 거죠. 카드는 테이블에 순서대로 늘어놓아서 어떤 과정으로 능욕당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아볼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카드를 받은 플레이어는 그걸 '조용히 읽은 다음에 내용을 상상한다'는 것이 규정입니다. 부끄러운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꼴사나운 짓은 피하면서도 풍부한 성애 묘사를 제시한다는것인데.
추측해보건데 주사위 굴리는 전투처럼 주사위가 잘 나오면 이긴다!의 결과에 치중하는 것 보다는, 내놓은 시각 자료를 사용해서 상상을 자극하는 쪽이 섹스 장면의 중간 과정을 연출하는, 좀 더 섹스의 본질에 부합하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섹스 장면은 과정을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승패나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또한 인간은 본 것에 쉽게 영향받는 짐승이라, 응큼한 상상을 하게 하려면 무턱대고 주사위 하나 쥐어주는 것보다단 그림 한장이 더 도움이 될테지요.
생각해보면 이것도 그다지 그럴듯한 그림은 안되겠네요. 시커먼 사내놈들 몇놈이 모여서 수상한 카드를 돌리면서 하악하악... 직접 플레이하고 싶은 RPG는 아니군요 ㄲㄲ
코미케 같은 일본 동인계 행사에서 판매하거나 통신판매하는 듯 하고, 서포트 시리즈로 나오는 것은 시나리오북과 플레이버 텍스트 카드의 바리에이션. 백합 엔딩이나 촉수 엔딩, 메이드 엔딩이나 네코미미 엔딩 같은 테마로 그림을 추가하는 모양입니다.
프리티 트루퍼즈 RPG 홈페이지: http://www.ptrpg.com
간단한 소개와 제품 리스트가 나옵니다. 우측에 플레이버 텍스트 카드의 일러스트가 무작위로 나오니까, 한번 가보는 것도.
# by | 2007/06/08 16:11 | Whispering Wind | 트랙백 | 덧글(4)



